벌써 전화를 건지 27번째가 넘어섰지만 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오이카와가 아닌 기계 특유의 딱딱한 여자의 목소리뿐이었다. 우시지마와 오이카와가 싸운지 정확히 24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우시지마는 결국 전화를 걸던 것을 포기하고 오이카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2시간 정도 지났을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오이카와가 들어왔다. 초조하게 오이카와를 기다리던 우시지마와는 달리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표정으로 들어오는 오이카와의 모습에 자신만이 그를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과 함께 그가 자신을 좋아하기는 하는 건지 의심도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들어왔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에 안도감이 드는 순간 자신을 지나치는 오이카와에게서 미요 하게 풍겨오는 밤꽃 냄새에 우시지마는 미간을 찌푸렸다. "....
"이와짱, 좋아해..." 4월 1일 벗꽃이 피기시작하고 봄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을 때였다. 관례라도 된다는 듯 매년 만우절마다 하는 오이카와의 고백에 이와이즈미는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오래되어서 언제부터 그가 나에게 이 말을 해왔는지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지만 사람의 적응력이란 우습게 볼 것이 못 되는지 시간이 꽤 지난 지금은 처음 당황하던 때와 달리 그 거짓말이 익숙해진 듯 자연스럽게 '나도'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치 만우절의 인사라도 되는 것처럼 그렇게 오이카와는 거짓말을 자신은 진심을 전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이런 식의 거짓말은 싫지만 그렇다고 오이카와에게 하지 말라거나, 싫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혹시라도 그가 나를 보러 오지 않을까 봐. 그래도 그가 날 싫어하지는 않..